봉사의 삶을 살아온 양명숙 권사
[미션라이프]
“정말 믿기지 않아요.
생전에 양 권사님이 ‘이 권사, 꽃이 화창하게 폈으니 우리 집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리자’하고 말씀하시던 목소리가 선하게 들려요.”
이번 집중 폭우로 서울 우면동 자택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양명숙 씨
(구학서 신세계 회장의 아내, 향년 63세)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양씨는 서울 기쁜소식장로교회(김영준 목사) 소속 교인으로 7년 전 권사 임직을 받고
성가대와 셀 리더로 묵묵히 일해 왔다.
주변 성도들은 양씨가 이름 없이 남을 섬기는 데 헌신적이었던 신앙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고인과 10년 넘게 셀 리더로 함께 활동했던 이모씨는 생전의 따스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60대 중반의 권사님이셨지만 기도와 신앙성장을 위해서라면 젊은 사람들에게도 고개를 숙이고 배우려 하셨던
참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신앙고백이 늘 ‘나에게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다’였어요.
그토록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향기를 품었던 분이 어쩌다 이런 일을 당하셨는지….” 그는 “양 권사님이
서울 우면동에 사셨지만 개포2셀의 일원으로 2005년에 6가구를 책임지는 셀 리더로 활동하셨다”면서 “꽃피는 봄과
과실 맺히는 가을은 물론 때를 따라 정기적으로 우면동 자택으로 셀 식구들을 초청해 정성껏 대접했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권사님은 늘 자신이 많은 복을 받았기 때문에 이웃에게 나누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생전 권사님의 기도제목도 자녀들이 받은 복을 나누는 성숙한 크리스천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두 자부들과 기초성경공부를 할 때 그렇게 행복해 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생전의 양씨는 검소하면서도 선교를 위해서라면 넉넉하게 베푸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텃밭에서 배추와 상추 등을 키우고 지하실에 물이 차면 직접 퍼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백화점 최고경영자의 아내이셨지만 저렴하고 좋은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애용하신다며
어디에 어떤 제품이 싸다고 우리들에게 알려주시기도 했다”면서
“그렇지만 선교사님들이 후원문제로 어려움을 당하신다는 얘기를 들으시면 아무에게도 알리자 않고
큰 돈을 후원하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셀을 담당했던 정은성 전도사는 “직접 정원도 가꾸고 텃밭을 일궜는데 절기마다 목회자들과 성가대원들,
셀 식구들을 초청해 대접하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면서 “소리 없이 교회를 사랑하고 봉사하셨던
양 권사님이 천국에 가셨다는 소식에 교인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고인은 이를 살려 감리회 태화복지재단과 서울 남서울은혜교회
부설 밀알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고인은 1부 예배 성가대원으로 활동했으며,
매주일 오전 7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연습에 충실했다고 한다.
평소 수수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대기업 회장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구를 담당했던 박상명 목사는 “교회에서 조용하지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분”이라며
“외부에 절대 티를 내지 않고 평범한 서민처럼 검소한 삶을 사셨다”고 회고했다.
김영준 담임목사는 “양 권사님은 대기업 회장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용하고 겸손하게
성가대원과 봉사자로 교회를 섬기는 분이었다”면서 “가족 모두가 바른 예배생활로 교인 전체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고인이 잠언에 나오는 현숙한 여인처럼 신실했는데 참 아깝다”고 아쉬워했다.
발인예배는 30일 오전 7시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드려지며, 충북 음성 선산에 안치될 예정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