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스크랩] 순천만 갈대밭 노을여행

김 열 2012. 1. 8. 21:30
순천만 갈대밭 노을여행
황금물결의 속삭임… 영혼을 깨운다
2007년 12월 08일 (토) 글·사진/유철상(여행작가)레저전문위원 poetry77@empal.com
   
 
마음의 생채기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일몰이 내려앉는 순천만으로 간다. 갈대밭 너머로 지는 붉은해와 만난다. 햇덩이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바람은 차갑지만 마음은 노을의 따뜻한 빛깔처럼 훈훈하다. 노을 앞에서 세상과 내가 오로지 대면하는 순간, 허전한 마음에 바람이 한 움큼 지나간다. 갈대가 눕는다.

며칠 남지 않은 2007년. '황금돼지해'라며 새해의 부푼 기대를 전하던 게 엊그제만 같다. 시나브로 시간이 흘러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낙조가 그리운 계절이 되었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노라면 가슴에 맺힌 이런저런 생채기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희망을 한 움큼 베어 물고 순천만으로 간다. 지난 1년의 다사다난함을 이끌고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만난다. 지는 해 앞에서 한 해 동안의 삶을 되돌아본다. 저녁 낙조는 바람이 세찬 날 더 붉고 애잔하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로 둘러싸인 순천만. 북쪽으로는 빽빽한 갈대숲이 자리하고 남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갯벌이 펼쳐진다. 순천만의 늪지대는 무려 165만㎡. 이중 갈대숲이 99만㎡이다. 국내 최대 규모다. 순천만에 갈대가 뿌리 내리기 시작한 것은 16~17년 전. 순천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남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이사천이 합류해 흐르다 멈추는 곳이 순천만이다. 순천만의 대대포구는 김승옥이 소설 '무진기행'에서 무진이라고 한 곳. 대대포구에서 배를 타고 갈대숲을 지나다 보면 '후드득' 물을 차고 날갯짓하는 새를 볼 수 있다. 흑두루미,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천연기념물을 비롯 200여 종의 조류가 순천만 갈대밭에 둥지를 틀고 산다.

순천만의 일몰은 산이 아니라 갯벌에서 이뤄진다. 이제는 텃새가 다 된 백로의 군무를 시작으로 와온포구의 바닷길이 열린다. 세상의 뾰족한 것은 무엇이든 다 감싸 안으려는 듯 아찔한 곡선미를 자랑하며 휘돌아 감기는 바닷길. 멀리 바라보이는 산은 꿈꾸듯 몽롱하고, 세상은 오직 갯벌과 갈대뿐이다. 황금색으로 물드는 일몰은 농주리 용산 정상이 장관이다. 휘익~ 휘리릭~ 쏴~아~아~ 갈대는 붉은 노을에 감겨 물결이 되고, 바람이 이끄는 대로 흐르던 바닷물은 갈대숲으로 젖어든다. 선암사 삼인당 연못처럼 세상의 변화에도 물길은 의연히 유영한다.

   
39.8㎞에 달하는 대대포구의 원형 갈대밭은 몇 해 전만 해도 49만5천㎡ 규모이던 것이 어느새 231만㎡ 규모로 늘어났다. 한두 알의 씨앗으로 시작했을 생명이 순천만을 찾아드는 철새를 비롯해 갯벌의 꼬막과 짱뚱어를 살아 숨쉬게 하는 거대한 자연 정화조로 거듭난 것이다.

미세한 바람에도 뽀얀 솜털 같은 씨앗을 불씨처럼 하늘로 살리는 늦가을 풍경과는 또 다른 겨울 갈대밭 나름의 소박한 멋과 낭만으로 이방인을 맞는다. 다만 가을이면 온 갈대밭과 갯벌 사이,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염생 지대를 붉게 물들인다는 칠면초의 아름다운 자태와 '딱딱' 하는 콩 볶는 소리를 내며 갯벌 위에 펄떡인다는 허파 달린 물고기 짱뚱어 구경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고작 10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구름 뒤로 숨으려는 해를 보고 철새들이 아이처럼 울부짖는 소리에 가슴이 선연하다. 그 모습이 애처로운지 해는 저를 꼭 빼닮은 분신을 갯벌에 박아두고 떠난다. 갯벌의 품속으로 유유히 빠져드는 분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순천만의 일몰은 산이 아니라 갯벌이 삼켜버리는 것이란 걸 알게 된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극에 달하면 붉은 노을은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한다. 눈을 떠도 감아도 모두 같은 풍경, 가만히 코끝을 간질이는 냄새가 있다. 여느 농촌에서 맡았던 볏단 냄새도, 바다 가까운 마을에서 느꼈던 갯내도 아닌 순천만 갈대밭 향기. 마치 어머니 품에 안겼을 때 맡았던 달콤한 살 냄새처럼 독특한 향기가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해가 지면 집으로 찾아드는 사람들처럼 무리지어 있던 흑두루미 떼가 갈대 숲 한편으로 몸을 숨긴다.

순천만 일몰 감상에 와온포구나 대대포구가 제일이라면, 해돋이는 순천만의 전망대라 불리는 화포가 제일이다. 갯가와 나란히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물길이 들고 나는 것은 물론 벌교 앞바다까지 탁 트인 전경을 쉽사리 조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해가 떠오르는 그 순간 짜릿한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금방이라도 해를 토할 듯 홍조로 물들던 하늘은 일순 잿빛으로 변한다. 찰나, 땅에 뿌리를 둔 산은 회색의 성이 되어 다가온다. 수묵담채화의 농담명조가 제아무리 절경이라 한들, 이 자연색의 조화를 따를 순 없을 듯하다. 썰물 때면 순천만은 40㎞의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갯벌을 펼쳐 보인다. 철새가 어지러이 날고 S자 모양을 그리며 물길이 길게 뻗어나간다. 해는 물길 너머로 뚝 떨어진다. 시커먼 갯벌은 붉게 물든다. 포구 바로 앞에 있는 상섬 너머로 지는 해를 보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순천만 일몰은 따뜻하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일몰을 제대로 보려면 용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다. 야트막한 산이다. 걸어서 20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아이도 엄마 손을 잡고 쉽게 오를 수 있다. 이곳에선 순천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일몰 시각은 5시30분 정도.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가면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해가 진다. 갯벌은 금싸라기를 뿌려놓은 듯 반짝인다. 서서히 순천만을 메워가는 붉은빛. 반공을 물들이던 낙조가 검은 갯벌에 내려앉는다. 갯벌에 배를 드러내고 누운 배는 미동이 없다. 바람이 따스한 위안처럼 갈대숲을 어루만진다. 건너편 화포에 하나 둘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어 갈대가 휘리릭 몸을 흔들면 마음 한구석이 환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년 한 해도 저렇게 환한 모습으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순천만에서 보았던 마을의 불빛을 전해드린다. 모두들 내년 한 해 저 불빛의 힘으로 잘 사시라. 마음 속 희망 하나를 불씨처럼 소중히 간직하시라.

여행수첩/
   
■ 가는 길 = 호남고속도로 순천 IC로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순천시내와 청암대학교 앞 삼거리를 지난다.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순천만 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와온마을은 월전리 1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가 월전 사거리에서 우회전, 863번 지방도를 타고 해룡남초등학교에서 다시 101번 면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된다. 순천시청 문화관광과 061-749-3328

■ 잠자리 = 순천시내에서 묵는 것이 좋다. 호텔급으로는 씨티관광호텔(061-753-4000), 로얄관광호텔(061-741-7000) 등이 있다. 6만5천~35만원. 동경장호텔(061-741-6500), 아젤리아호텔(061-754-7000), 노블레스모텔(061-722-7730) 등도 깨끗하다. 3만~8만원.

■ 맛집 = 강변장어구이집 대대포구 바로 앞에 있다. 순천만에서 잡은 자연산 장어로 요리한다. (061)742-4233. 1인분 1만5천원.
새조계산장 선암사 앞에 있다. 산채정식이 유명하다. (061)751-9200. 1인분 8천원.


여행 팁/
■ 시티투어 버스 = 순천시청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 전용 라인이다. 순천역 광장 종합안내소를 매일 오전 9시30분과 10시에 출발한다. 1코스는 순천역 → 낙안읍성 → 송광사 → 선암사 → 순천역, 2코스는 순천역 → 순천만 → 상사댐 → 고인돌공원 → 선암사 → 낙안읍성을 거친다. 예약도 가능하다. 문의:(061)749-3328

해룡면 농주리 용산은 바다를 마주보는 야트막한 야산. 갈대밭과 갯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저녁이면 일몰을, 새벽이면 갈대밭 사이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를 볼 수 있다. 일몰 시각 오후 5시20분에서 30분 사이. 대대포구에서 탐조선을 탈 수도 있다.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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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윤재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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